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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희진,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출판사 교양인)
    독서 2020. 4. 14. 21:19

     

     

    정희진의 글쓰기 책 시리즈 중 1번째 책이다. 여러 분야의 다양한 책을 읽고 쓴 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책 자체는 전혀 지루하지 않았는데 문장이 길고 어려워서 이해가 잘 안 되는 것들이 꽤 많았다. 요새 내가 너무 쉽게 쓰인 글만 읽었던가? 어려운 문장도 잘 읽고 싶다. 그래도 열심히 끝까지 완독했다.

     

    머리를 한 대 치는 듯한 깨달음들.

    몇 번이나 머리를 맞는 것 같아도 즐거웠다.

    새로운 관점과 세계를 아는 것은 정말 즐겁고 고통스럽다.

     

    내가 지금까지 성립해온 고정관념들을 깨뜨리는 책이다. 정희진님의 글은 나만의 관점, 의식에 갇히지 않게 하고 다양한(사회에서 잊혀지거나 소외된 자들의 시선에서도) 관점에서 사람을,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4월 16일 매년 어김없이 돌아오는 세월호주기를 앞두고 이 책을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이책 3장에서는 세월호에 관련된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사건이 일어난 지가 꽤 되어 이제는 나에게 그 슬픔도 의미도 조금씩 무뎌져 가던 중에 이 책의 꼭지들을 읽고, 누군가에게는 세월호에 대한 고통이 사는 일의 일부임을 깨달았다. 또 사회적 슬픔은 꼭 언젠가 극복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슬퍼하고 기억해도 되는 것임을 알았다. 

     

    책 감상문을 쓸 때 마지막엔 보통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을 옮겨 적는데, 이 책 안에는 그런 문장들이 거의 매 페이지에 있어서, 다 쓸수 없을 것 같다.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는 역대급으로 모서리를 많이 접은 책이다.

     

     

    1장

     

    품위는 약자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약자에게는 폭력이라는 자원이 없다. 14p

     

    윤리적인 글의 핵심은 다루고자 하는 존재(소재)를 타자화하지 않는 것이다. 남을 억합하는 사람은 자신을 해방하지 못한다. 15p

     

    오늘날 미디어 권력이 일상을 지배하는 이유는 미디어가 전달자가 아니라 그 자체로 메시지이며, 몸의 확장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중독은 그것이 내 몸의 일부여서다. 기억은 뇌가 아니라 컴퓨터 파일에 있다. 여기저기에 집, 카페, 방이 있다. 34p

     

    사회는 서로 충돌하는 가치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어떤 올바름은, 필연적으로 다른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51p

     

    희망은 삶에 대한 특정한 사고방식을 집약한다. 미래 지향, 긍정, 바람....... 사람들은 이 말을 편애한다. 희망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오히려 표현 그대로 생각하면 절망이 희망적이다. 절망은 바라는 것을 끊은 상태, 희망은 뭔가 바라는 상태. 어느 쪽이 더 '희망적'인가?

    상처와 좌절은 객관적이지 않다. 기대에서 온다. 무엇인가를 바라는 사태. 소망, 원망, 희망은 종교다. 바라지 말고 바라는 현실을 살면 된다. 희망은 필요 없다. 대중에게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바쁜 이들은 주로 정치인과 종교인이다. 요즘은 지식인이나 사회운동가도 힐링이라는 이름의 흼아을 말하는데 이건 진짜 절망적인 현상이다. 그들의 임무는 고통을 드러내고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그래야 할 사람들이 대중이 원하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불길한 징조다. 93p

     

     

    2장

     

    공부의 필요와 의미는 스스로 정하는 권리다. 사람들은 진학 차원이 아니더라도 "공부해서 손해 볼 일이 없다.", "인간은 평생 공부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주부나 장애인이 공부하고자 할 때는 태도가 다르다. 이들은 사람이라기보다 '역할'(안마, 가사노동.......)로 간주되기 때문에 그들 자신을 위하는 일은 사회에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간은 사회의 것이다. (중략) 인간은 스스로 대단한 문명인이라 생각하지만 차별의식은 문명의 몇 배를 앞서간다. 105p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백인 남성의 인식이 쉽고 투명해보이는 것은 실제로 쉬워서가 아니라 오랫동안 보편적인 언어로 군림해 왔기 때문이다. 

     

    이동의 자유가 박탈당하면 길에 나서는 것 자체가 삶의 목표가 된다. (중략)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은 단지 선택하지 '않은' 삶일 뿐이다. 선택할 수 '없는' 이들에게는 갈 수 없는 길이고 이미 삶이 아니다. 외출 준비에 한나절 이상 걸리는 장애인, 여성이 피하는 밤거리, 치매와 광장공포증 환자에게 길은 도전이자 치열한 정치다. (중략)

    장애인이나 아픈 사람, 화상 환자, 우울증 환자가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리나라처럼 거리에서 장애인을 보기 힘든 사회도 드물 것이다. 구조적, 심리적으로 '총을 든 간수'가 곳곳에 완강하다. p128

     

    이성애는 자연의 법칙이 아니라 강제적 제도다. 성애, 출산, 가족...... 이를 둘러싼 그 어떤 인간관계도 자연스러운 것은 없다. 인간은 제도의 산물이다. p.154

     

     

     

    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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