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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문학동네)독서 2020. 4. 17. 15:15
문학동네에서 주최하는 <젊은작가상>은, 등단한 지 10년 이하의 작가들을 대상으로 전년도 1월부터 12월까지 발표된 소설중에서 수상작을 선정하는 상이다. 그리고 내가 요즘의 한국소설을 동향을 알기 위해 4월에 꼭 사는 수상작품집이다. 이번 2020년 제11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작가들 중에는 요즘 내가 직,간접적으로 알고있는 작가들이 많아서 반가웠다. 특히 김초엽 작가와 장류진 작가, 최은영 작가의 소설을 너무 재밌게 읽었어서 기대가 됐고 어떻게든 아껴 읽고 싶었다.
작년에 발표된 따끈따끈한 소설들 답게, 요새 핫한 주제들을 많이 다루고 있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가부장제에서 여성의 역할, 성 소수자의 생활, 낙태죄 위헌판결, 세대간 갈등 등의 우리 사회의 갈등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들이다. 사회 곳곳에 존재하지만 웬만해서는 잘 터놓고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 그러나 이야기되어야 할 것들이 고스란히 소설들 속에 담겨있다.
제일 감명깊은 소설은 대상을 수상한 강화길 작가의 <음복>이다. 결혼해서 남편과 함께 시가에 방문한 하루 동안의 묘사만으로도 이렇게 스릴 넘칠 수가 있구나. 숨겨진 듯한 가족의 비밀을 알고 싶어서 숨죽여 단숨에 읽은 소설이다. 사실 처음에 한 번 읽고는 소설에 숨은 뜻을 잘 파악하지 못했다. 어딘가 비밀스러운 분위기는 있었지만, 너무 일상적이고 보통의 우리나라 가족의 모습이었기 때문일까? 싹싹한 며느리, 눈치 없는 남편, 아들을 감싸는 시어머니, 딸이 돌보는 엄마, 치매걸린 부인을 딸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남편의 모습은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봐왔던 우리네 가정 모습이다. 하지만 해설을 읽고는 소름이 끼쳤다. 하루만에 삼대의 관계를 눈치챈 며느리와 달리 평생을 살아오며 가족들의 관계에 대해 산뜻하고 안온안 채로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을 두고 '무지'라는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 '아들이자 사위인 남편은 그저 밥 잘 먹고 인사를 잘하는 것만으로도 도리를 다할 수 있는 삶을 살아왔'다는 말. 그러고보니 여자로 살아온 나는 눈치가 빠르지만 눈치 없는 척을 많이 해왔다. 여성은 딸로 길러진다는 말이 이렇게 무섭게 다가오기도 하다니. 씁쓸하게 눈치챘다. 아들로 자라온 저 남성들과 딸로 자라온 우리 여성들의 역할 차이를.
내가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소설에 대한 작가노트도 있고 해설도 풍부하다는 점이다. 평론가들의 해설을 작품마다 넣었고, 마지막에 다시 소설들에 대한 심사평까지 수록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다른 책들보다 글씨체가 조금 작지만, 해설이 풍부하다는 점이 너무 마음에 든다. 내 스스로도 생각하지만 작품을 섬세하게 파악할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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