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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들린 밀러 장편소설, '키르케'독서 2020. 8. 31. 21:46
태양신 헬리오스의 자식 중 가장 못난 취급을 받은 하급 신이자 아테나를 대적한 위대한 마녀 키르케. 이 소설은 오디세디아에 나온 오디세우스를 돕는 아이아이에의 마녀로 나오는 키르케의 삶을 자세하게 재구성한, 죽지 않는 신의 몸으로 태어난 키르케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이다. 키르케의 부모인 헬리오스와 페르세가 키르케를 대하는 방식은, 신이 자비가 없고 자기밖에 모르면서 자식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헬리오스는 가장 못난 자식인 키르케를 영원히 섬에 가두는 형벌을 제우스에게 제안한다. 그리고 어머니 페르세는 그 후로 키르케를 보러 한 번도 오지 않는다. 그리스로마신화의 신들은 인간을 닮았다고 나오지만, 인간적인 면이 없기도 하다. 인간이 제 자식을 섬에 영원토록 가두는 벌을 내리게 할 수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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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존 윌리엄스, '스토너'독서 2020. 8. 12. 14:09
인생이 이런 거라면, 난 너무 슬플 것 같다. 나는 좀 더 적극적이고 생동감있게 내가 원하는대로 만들어가는 삶을 원한다.정말 이 소설은 고구마를 잔뜩 먹고 해결되지 않고 그대로 목 막힌 채로 끝까지 이어지는 소설이다. 아무도 행복하게 하지 못한 남자 스토너 ... 스토너는 자기가 하고싶었던 가르치는 삶을 평생 살았지만, 왜 때문인지 행복해보이지가 않는다. 그러고보면 사람은 일이 다가 아니라 가정에서, 인간관계에서 얻는 행복이 큰 것 같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공감가는 부분도 있었다. 세상물정 모르고 열정 하나로만 해결하려고 했던 행동이 결국은 더 상황을 악화시키는 거...?스토너의 인생이 답답하긴 하지만 누구도 그의 상황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지 못했냐고 비난하진 못할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쉽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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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 '쓰기의 말들-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 (유유출판사)독서 2020. 7. 25. 15:15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있는 내가 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특히 부제가 아주 끌렸다. 매일 꾸준히, 최소 일주일에 두 번은 멋진 글을 써내고 싶은데 직장 다니면서 글을 완성하는 것은 힘들었고, 자주 합리화했다. 이 책은 글쓰기에 관한 유명한 작가의 명언(?)들 그리고 그에 대한 단상들을 모은 산문집이다.오랜만에 책에 밑줄을 많이 그어서 뿌듯하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 1. 내 글이 부끄러워도 '공개'하기2. 막 생각나는대로만 쓰지 말고 사전을 무조건 참고할 것3. 퇴고가 중요하다.4. 아무것도 아닌,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5. 내가 살아오면서 있었던 주변의 사람들 모두가 나에게 영향을 주었다. "슬픔이 노폐물처럼 쌓여 갈 때 인간의 슬픔을 말하는 책은 좋은 자극제다. 슬픔을 '말하는 법'을 배우고 슬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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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길 소설집, '화이트 호스'(문학동네)독서 2020. 7. 19. 11:01
'화이트 호스'는 여름에 읽기 좋은 서늘한 스릴러 소설들이 담겨있다.강화길의 소설은 일상 속에서 겪는 의문스러움을 극적으로 확대시키고 실감나게 표현한다.내가 어느 수상작품집에서 이미 읽은 과 을 다시 읽고도 이게 어떻게 된 건지 혼란스러웠다.그렇지만 의문스럽고 스릴러스러움만 남는 게 아니라 그 속에서 얻게 되는 깨달음도 있었다. 아무튼 이 찝찝함, 의문스러움이 내 생각엔 강화길님의 소설의 특징이다!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걱정해주는 사람의 말을 들으면 왜 미칠 것 같은가.왜 나를 이용하고 배려하지 않는 사람에게 애틋함이 생기는가.알면서 고쳐지지 않는 내 습관들을 되돌아보게 한 소설. 박윤보와 결혼한 화자의 할머니의 삶. 어쩔 수 없이 딸 그리고 손녀를 억척같이 보살핀 그녀. 손녀를 차갑게 대하던 그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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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인문잡지 한편 2호, '인플루언서'독서 2020. 6. 28. 21:58
인문잡지 '한편' 창간호 '세대'는 못 읽어봤지만, 언젠간 이 잡지를 꼭 읽어보고 싶단 생각을 해왔다. 이번에 2호 '인플루언서'는 읽었다! 야호 나도 밀레니얼 세대로 분류되지만,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이 나랑 잘 맞진 않다. 내가 어릴적에 컴퓨터를 처음 접하던 때에 컴퓨터는 채팅, 게시판, 게임 등으로 양방향 소통이지만 친목의 목적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땐 인터넷 세계에서의 일들은 인터넷 안에서만 영향을 끼치는 느낌이 강했다. 지금은 인플루언서들은 현실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예전에는 인터넷 '중독'이라는 부정적 의미의 단어가 성행했고, 안좋게 바라봤지만, 지금은 인터넷을 잘 다룰수록, 그것을 이용해서 소통할수록 이 시대에 걸맞는 인재라고 생각한다. 조금 변한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많은 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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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 지음,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 (민음사)독서 2020. 6. 17. 22:43
은 민음사에서 나온 개화기 신여성 나혜석의 글들을 엮은 책이다. 나혜석을 여성 운동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독립운동을 했다는 것을, 이혼을 했다는 것을, 그럼에도 자신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글을 썼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은 후에 알았다. 그는 옛날사람이라 아무리 진보적인 가치관을 지녔어도 지금 시대의 것과는 맞지 않을 거라 여겼다. 내 편견이었다. 책에 나온 조선 사회는 지금의 모습과 많이 다르지 않았고, 그의 시대비판은 현대 여성들의 목소리와 다를 바 없었다. 사회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펼치지 못한 여성. 그렇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대변하는 글을 써서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나는 그를 시대를 앞서간 사상을 가지고 있었고, 여성에게 불운한 시대에서도 가까스로 온전히 자신으로 살려고 노력한 여성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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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원헌드레드' 시즌1 후기일상 2020. 6. 5. 17:53
요새 완전 빠져서 미친듯이 정주행한 넷플릭스 드라마 두 개 '원헌드레드'랑 '남부의 여왕' 시즌 1을 다 보았고, 시즌2부터는 쉬엄쉬엄 보는 중이다. 원헌드레드(the 100) 포스트 아포칼립스 미드 줄거리 세계관이 엄청 큰데 간단히 말하면, 핵전쟁으로 인류가 멸망하고 인간들이 우주로 대피해 '방주'에서 살고있다. 방주에서 살다가 거기서 산소를 만드는 시스템이 고장나서 지구에 다시 가야할 판 지구에서 살 수 있나 보려고 미성년자 죄수들 100명을 지구에 돌려보냄 근데 지구에 지상인들이(방사능을 거를 수 있게 진화한) 살고있음.. 그리고 우주에서 온 애들도 지구에서 잘 숨 쉬고 살아감.. 그 이후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감상 보고나서 든 생각은, 왜 한국에서 안 유명하지? 넷플릭스 추천해주는 영상이나 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