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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일상 2020. 3. 5. 11:32

    코로나19 때문에 집 안에만 있는 요즘 일상

    오전 10시쯤 햇살에 못이겨 일어난다. 등쿠션을 찾아 침대 머리맡에 두고 기대서 책을 읽는다. 읽고있는 책을 몇 페이지 뒤적거리다가, 아점 식사를 한다. 식사가 끝나고 방금 탄 뜨거운 커피를 마시면서, 노트북를 연다. 뷔페에서 수많은 맛있는 음식 중에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사람처럼, 넷플릭스에 접속해서 오늘은 어떤 영화나 드라마를 볼까 고민한다.

     

    하루종일 집에만 있는 요즘 나에게, 그날 선택한 영화나 드라마가 그날 하루동안 많은 영향을 미친다. 매일매일이 비슷하게 반복되는 것 같지만, 그날 내가 본 것 읽은 것이 계속 마음속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감상에 하루종일 젖어 있는 것이다. 오늘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선택했다. 정말 잘 한 선택이었다.

     


    명작은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보면 더 많은 게 보이고 더 많은 생각이 든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지브리의 2001년 개봉 애니메이션이다. 내가 초등학생 때였다. 엄청 어렸을 때였는데, 가오나시가 엄청 인상깊었었다. 입이라고 생각한 곳이 입이 아니었다는 것이 어린 마음에 충격이었나보다. 드문드문 기억이 난다.  영화 전체를 다시 본 건 성인이 되고는 처음이었다. 이 영화에 대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냥 지브리 영화 중 하나였는데, 인생영화 됐다. 왜 아직도 인기있는 영화인지 알겠다.

    영화는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다. 온천 안을 가득히 채우는 여러 인간처럼보이는 요괴들과 음식들, 수채화로 그린듯한 바다와 하늘의 그림체는 물론이고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음악.

    영화 안의 신비한 세계관을 그리는 상상력이 대단하다. 난 지금까지 판타지영화의 상상력은 해리포터가 최고인 줄 알았는데, 애니메이션 쪽에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뛰어난 것 같다.

    유바바라는 마녀가 운영하는 8만의 신들이 쉬러 오는 온천탕이 배경이다. 길게 늘어나는 팔을 여섯개 갖고 있는 가마할아버지, 석탄을 나르는 처음에 먼지인 줄 알았던 숯검댕'어이어이'하면서 다니는 머리로만 뛰어다니는 세 쌍둥이, 응석받이 거대 아기잘생긴(?) 용으로 변하는 하쿠입이 몸통에 있는 가오나시바다를 달리는 낭만적인 기차날아다니는 수백개의 종이새, 다른이들의 이름을 지배해 종으로 부려먹는 머리가 엄청나게 큰 마법사 유바바, 각양각색의 이상한 요괴인지 신인지 모를 이들까지... 영화를 보지 않으면 상상조차 안되는 것들이 많다.

    나는 단숨에 영화속 세계관으로 빨려들어갔다.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고 신비로운 걸 상상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영화의 마지막에 치히로의 엄마아빠가 돼지로 변했던 일을 기억 못 한 채로 사람으로 돌아오는데, 치히로의 머리끈이 반짝 빛나면서 이게 치히로의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이름을 찾은 하쿠가 치히로를 현실세계에서 만나는 것은 우리들의 상상속에 맡긴다.

    너무너무너무너무 재밌게 보았다. 잊고 싶지 않은 영화.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싶은 영화다.

     

    요거 어렸을적에 본 포스터. 왜 이런 걸 메인 포스터로 뽑았는지 모르겠다.. 돼지가 된 부모님과 치히로..

     

     

     

    하쿠는 강의 신이었을 때 물에 빠져 구해줬던 치히로를 기억했고, 치히로를 도와준다.

     

     

    so sweet...

     

     

    가마할아버지. 츤데레였다.

    린도 츤데레스럽게 치히로를 엄청 도와주고 챙겨줬지.

    온천 안 요괴들이 그러고보니 엄청 친절하네. 치히로를 잡아먹지도 않고.

     

    이 장면 너무 예뻤다. 하늘을 날고 있는 치히로의 눈에서 눈물이 위로 올라가는 거.

     

    치히로가 원래 있던 세계로 나갈 수 있게 돼서 즐거워해주는 요괴들.

    요괴들이 정말 따뜻했어.... 따뜻한 요괴들. 가마할아버지랑 린은 마지막이었을텐데 인사도 못하고 가서 아쉽다.

    모두 원래 있던 각자의 자리에서 잘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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