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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형 소설 '붕대감기' (작가정신)독서 2020. 3. 18. 15:50
윤이형 '붕대감기' - 출판사:작가정신
팟캐스트 '시스터후드' 방송을 듣고 이 소설을 알게 되었고 끌려서 바로 사서 읽었다. 윤이형 작가님의 소설이 처음이었는데, 왜 이제야 접한 건지 안타까웠다. 그만큼 소설에 감명을 받았다.
처음에 책을 받아보았을 때 책의 크기가 비교적 작은 편이어서 '금방 읽겠네' 생각했다. 하지만 그 안의 여러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생각도 많아지고 집중해서 꼼꼼히 읽고 싶은 부분이 많아서 꽤 오래 걸렸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쭉 읽어나가서 단숨에 읽을 수도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여성이었다. 각 주체들이 자신의 나이대나 직업환경에 따라 다른, 자신의 각자의 입장에서 서술한다. 그래서 참 좋았다. 지금 처한 상황과 자라온 시대의 환경 등이 모두 다른 여성인물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게. 그 중에서는 내 입장과 비슷한 인물도 있었고, 내 주변사람과 비슷한 입장의 인물도 있었다. 마치 현실의 축소판인 것처럼 우리들의 고민들을 비슷하게 담아내고 있다.
제일 인상깊었던 소설 속 장면은, 세연이 집에서 자신의 상상속 진경과 스스로 대화한 것이다. 그 대화에 빠져들어서 세연이 혼자 있었고 진경은 세연의 상상속에서 그려졌던 것도 잊고 대화를 읽었다. 그 길고 긴 대화의 끝에서 실제로 현실로 진경에게 전화를 거는 세연. 그리고 마지막에 진경도 세연의 전화에 기뻐하며 만날 날을 고대한다.
나와 또 다른 다양한 페미니즘이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다른 진영에 있더라 하더라도 우리는 충분히 친구가 될 수 있고 서로를 돌봐주고 아껴줄 수 있으며 기댈 수 있다. 차이점이 아닌 공통점으로도 섞일 수 있었다. 모두가 내 입장이 될 수는 없다. 이 소설은 나에게 내 입장만 생각하지 않고 내 주위 사람들에 대해 더 넓은 포용력을 갖게 해주었다.
팟캐스트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인데, 윤이형 작가님은 2019이상문학상을 수상하시고 나서, 2020년에 불거진 이상문학상의 저작권 문제에 통감하며, 2019년에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은 반성의 의미로 절필을 하셨다고 했는데, 그러지 않길 바란다. 이 소설을 처음 읽고 윤이형 작가님에게 반해버렸는데 절필은 너무하신듯....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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