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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 지음,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 (민음사)독서 2020. 6. 17. 22:43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은 민음사에서 나온 개화기 신여성 나혜석의 글들을 엮은 책이다.나혜석을 여성 운동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독립운동을 했다는 것을, 이혼을 했다는 것을, 그럼에도 자신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글을 썼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은 후에 알았다.
그는 옛날사람이라 아무리 진보적인 가치관을 지녔어도 지금 시대의 것과는 맞지 않을 거라 여겼다. 내 편견이었다. 책에 나온 조선 사회는 지금의 모습과 많이 다르지 않았고, 그의 시대비판은 현대 여성들의 목소리와 다를 바 없었다.
사회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펼치지 못한 여성. 그렇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대변하는 글을 써서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나는 그를 시대를 앞서간 사상을 가지고 있었고, 여성에게 불운한 시대에서도 가까스로 온전히 자신으로 살려고 노력한 여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게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큰 울림이 되지 않을까.
"정조는 도덕도 법률도 아무것도 아니요, 오직 취미다. 밥 먹고싶을 때 밥 먹고, 떡 먹고 싶을 때 떡 먹는 거와 같이 임의 용지로 할 것이요, 결코 마음의 구속을 받을 것이 아니다. ... 저 파리와 같이 정조가 문란한 곳에도 정조를 고수하는 남자 여자가 있나니 그들은 이것저것 다 맛보고 난 다음에 다시 뒷걸음치는 것이다. 우리도 이것저것 다 맛보아가지고 고정해지는 것이 위험성이 없고, 순서가 아닌가 한다."
"나는 영혼의 매력이 깊은 것을 알았고 따라서 자기 자신의 인격적 우아로 색채가 풍부한 신생활을 창조해 낼 것이다. 사람 앞에 나갈지라도 형식과 습관과 속박을 버리고 존귀함으로써 공적 생활에 대할 것이다. ... 행복으로 빛날 때든 치명을 받을 때든 안정하든 번민하든 냉혹하든 정열 있든 기쁘든 울든 어떤 환경에 있든 나는 다수의 여자인 동시에 1인의 여자일 것이다."
"즉 외형의 여하한 행복을 받든지 또는 외형의 여하한 행복을 잃어버리든지 행복의 샘, 내 마음 하나를 잊지 말자는 것이다. ... 요컨대 우리들의 현재 및 미래의 생활 목표의 신앙 및 행복은 오직 자기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 수밖에 아무것도 우리의 맘을 기쁘게 해 줄 것이 없을 것이다."
"하루 뒤, 1년 뒤, 지나는 순간마다는 후회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하나가 된 큰 과거는 얼마나 느낌 있는 과거인가. 또 그중에 마디마디를 멀리 있어 돌아다보니 얼마나 즐거웠던 때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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