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들린 밀러 장편소설, '키르케'
태양신 헬리오스의 자식 중 가장 못난 취급을 받은 하급 신이자 아테나를 대적한 위대한 마녀 키르케.
이 소설은 오디세디아에 나온 오디세우스를 돕는 아이아이에의 마녀로 나오는 키르케의 삶을 자세하게 재구성한, 죽지 않는 신의 몸으로 태어난 키르케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이다.
키르케의 부모인 헬리오스와 페르세가 키르케를 대하는 방식은, 신이 자비가 없고 자기밖에 모르면서 자식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헬리오스는 가장 못난 자식인 키르케를 영원히 섬에 가두는 형벌을 제우스에게 제안한다. 그리고 어머니 페르세는 그 후로 키르케를 보러 한 번도 오지 않는다.
그리스로마신화의 신들은 인간을 닮았다고 나오지만, 인간적인 면이 없기도 하다. 인간이 제 자식을 섬에 영원토록 가두는 벌을 내리게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 형벌을 받고 나서 진정한 키르케의 이야기가 탄생한다. 인간의 목소리를 가진 못난 하급 신 님프에서, 무서운 아이아이에의 마녀 키르케로 변하는 계기가 섬에서 시작된다.
스킬라와 글라코우스를 변신시킬 때만 해도 자신의 마법 능력을 인지하지 못했지만, 섬에서 여러 일을 겪으면서 (때론 신의 부탁으로 한두번 세상에 나가고) 무시무시한 마법을 몇 백년 아니 몇 천년 동안 갈고닦는다.
그러다가 키르케에게 엄청난 일이 생기는데, 바로 오디세우스와의 만남이다. 트로이 전쟁의 승리를 이끈 오디세우스가 포세이돈의 미움을 받아서 집 이타케로 돌아가지 못하고 방황하다 들르는데, 키르케는 오디세우스를 돌봐주고 그와 사랑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그러다가 그의 아이를 가진 채로 그를 돌려보낸다.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텔레고노스다. 키르케의 모성애에 관한 부분도 짠했다. 키르케는 텔레고노스를 낳고 평생을 그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심지어 평생 고통받을 수도 있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텔레고노스를 지킬 독을 갖기 위해)
텔레고노스는 유별난 아이다. 그토록 난폭하고 연약한 아이를 잠도 못 자고 보호하고 잘 키웠는데, 그는 섬을 떠나려고 한다. 키르케는 놓아준다. 막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겠지.
키르케의 여러 감정들이 나오는데, 키르케는 신이지만 인간의 감정을 가진 것처럼 묘사된다. 키르케가 인생에서 잘못한 것은 무엇인가.
키르케의 삶을 이 두꺼운 책을 통해 간접 경험한 것 같아서 이제 키르케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다. 천 세대의 인생을 같이 지내온 것처럼, 그녀가 책의 마지막 부분의 행하려고 한 마법이 부디 잘 풀려서, 인간으로서 행복하기를 바란다.
키르케는 신으로서 죽지 않고 아이아이에 섬에 갇힌 채로 천 세대를 살아왔던 것보다, 인간으로서 사랑하는 이와 함께 세상을 둘러보며 몇십년을 살아갈 시간들이 더 행복할 것이다.